슬기로운 감빵생활(부제: 어느 장기수의 이야기)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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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경주교도소 ⓶ -가석방 예비심사 통과 그리고 곧바로 조사수용.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가석방이란게 정해진 출소일보다 아주 빨리 내보내주는게 아니야.
정치사범이나 공안사범의 경우엔 정치권의 변화나 배려로 아주 빨리 사면이 되어서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강력사범의 경우엔 거의 형기의 90프로 이상을 채워야 가석방이 가능해. 기본적으로 재범, 조폭, 성범죄, 마약사범은 가석방에서 제외되.
그리고 형기를 얼마나 채웠는지도 중요하지만 잔여형기가 얼마인지가 더 중요해. 일테면 10개월 짜리 단기수의 경우 형기의 90프로를 채우고 내보내면 가석방기간이 1개월인데 20년 짜리를 90프로 채우고 내보내면 가석방 기간이 2년이잖아. 그 가석방기간동안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을 해야하는데 한 두달이면 몰라도 몇 년씩 보호관찰을 한다는 건 너무 위험부담이 크잖아. 그사이 다시 사고라도 치면 가석방 내보냈던 관계자에게 페널티가 있으니까. 그래서 장기수일수록 가석방을 위해 채워야 할 형기가 많아. 그래서 실제로는 15년짜리면 불과 6개월 정도의 가석방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한 달정도 빨리 내보내는 경우도 많아. 물론 만기 출소자들은 그보다 더 많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89프로 정도가 지났을 때 내가 해당교도소 가석방 예비심사에 올라가서 통과됐어. 그리고 중앙 가석방심사위원회에 명단이 올라간거지. 거기까지 통과하면 정확히 1년 2개월 7일 혜택을 보는 거였어. 난리가 났지. 강력사범으로는 거의 경주교도소에서도 역대급이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나는 다시 불가사리 사동으로 왔는데. 문제가 터졌어. 이 시키가 계속 앉은뱅이 행세하면서 자기 재활훈련 시간을 따로 달라면서 관을 상대로 조른거지. 몇 번이나 의사 소견서에선 재활이 필요없어 보인다고 했는데도 하도 끈질기게 애먹이니까 결국 관에서 하루 30분 따로 운동시간을 준거야. 그 놈 혼자서만 운동장 전체를 쓴 거지. 근데 그 시키 재활훈련 한답시고 운동장 나가면 담당 교도관 한 명이랑 간병소지(의무과에 소속된 재소자소지인데 주로 여호와의 증인. 그러니까 병역거부로 들어온 양심수들임. 아무래도 민감한 약물을 취급하니깐 일반 재소자들에겐 안맞김) 한 명 그래서 2명이 따라붙었는데 이 시키가 30분이 지나도 들어갈 생각을 안하고 운동장에서 쳐노는 거지. 그 어린 교도관이랑 간병소지는 그 시키한테 암소리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고.......내 성질 알잖아. 그런꼴 못보는거.
그래서 내가 가서 졸라 직설적으로 싫은 소리 퍼부었지. 정해진 시간이 끝났으면 쿨하게 들어와라. 왜 그리 질척거리면서 교도관이랑 간병소지가 다른 일 못하게 하냐....이 시키가 좀 놀란거 같더라고. 내가 자기편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잔소리를 하니까....그리고 그 넘 입장에선 이렇게 날 막대하는건 니가 첨이야 이런 기분이었겠지.
그 시키 운동장에서 들어오면서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협박을 하더라고. 씨발 이제 어떻게 되냐 지켜보라는 둥......
그러더니 슬슬 시동을 걸더라고. 뜨거운 온수 달래서 줬더니 그거 들고 자해하겠다고 소동을 벌이더라고.....그래서 그랬지. 온수 넣어주는게 규정위반이냐? 온수 줘도 되는 시간에 온수 줬고 그 온수로 니가 커피를 쳐마시든 대가리에 들이붛던 그건 니 선택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그리곤 그 담날....이 시키 밤잠을 설쳐서 지 딴에는 계획을 짠거 같더라고. 아침 이른 시간이면 각방별로 문을 한 번 따줘. 방 안 쓰레기 수거한다고. 그 시키 방문이 열리자 마자 밤새도록 만들었는지 무슨 뾰족한 거 양손에 들고 갑자기 방 밖으로 뛰어나오더라고 나 죽인다고. 그 앉은뱅이가. 훗날 사람들이 그걸 “나사로의 기적”이라고 불렀어. 할렐루야.
비상벨이 울리고 당직계장부터해서 보안과 직원들이 다 달려왔지. 계장은 일단 전후사정도 모르고 일단 두 명다 조사수용시켜. 이렇게 됐지. 그래서 눈이 펑펑오던 그 겨울 10년 9개월을 살고 가석방을 목전에 둔 어느 장기수는 조사방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