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부제: 어느 장기수의 이야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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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의정부교도소 ⓵
인간에게 시계가 왜 필요한 지 알아? 시간이란게 공평하지가 않아. 사람마다 처지에 따라 다르게 흘러가거든. 그래서 시계를 가지고 서로의 시간을 맞춰야하는 거야.
물리학적으로도 원래 빠르게 이동하거나 질량이 많이 나가는 물체에겐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 주변의 시공간이 휘거든.
심리적으로도 마찬가지야. 어릴 땐 1년이 한평생인듯 길게 느껴지는 데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쏜(화)살처럼 흘러가잖아. 왜 그런지 알어? 시간의 길이는 뇌가 새로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과 관계있어서 그래. 여느때와 별거 없이 흘러간 하루에 비해 아침부터 출근하다 접촉사고나서 그거 뒤처리하다 우연히 카센터에서 어릴적 친구를 만나서 그날 저녁 다시 만나 술마시다 옆자리랑 시비붙어 경찰서까지 갔다온 날이 훨씬 길게 느껴지지.
그래서 어릴땐 보고 듣는 게 다 새로운 정보라서 뇌가 시간을 길게 느끼는데
나이가 들면 모든 일상과 감정이 패턴화 되어서 딱히 별다른 이벤트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다보니 일년 이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몰라.
그런 의미에서 징역살이는 정말 시간이 빨리 흘러. 물론 그 순간순간 하루하루는 지겹고 따분하지. 그런데 좀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언제 이리 시간이 흘렀나 싶지. 하루하루가 너무 비슷비슷하니까. 그게 작년 추석이었는지 재작년 추석이었는지 헷갈린다니까......
의정부교도소에 오니까 확실히 수도권 교도소라 슬슬 유명 셀럽들과 범털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군. 승부조작으로 들어온 유명 농구선수, 사기죄로 들어온 유명 탤런트, 고위공직자 등등.
의정부 영어교육생은 그 중 반 이상이 범털이야. 영어 잘하는 조폭이 잘 없다보니 거기엔 어디가도 한 두명 정도씩은 끼어있는 조폭도 없어서 분위기가 일단 좋아. 교육생들이 주고 받는 대화내용도 주로 출소하는 이 업체를 인수할거다, 저런 사업을 시작할거다. 서로 힘을 모아보자....거의 징역 안의 라이온스 클럽이지.
교육생 중에 아주 연예인급으로 잘 생긴 놈이 한 명 있었어. 지 아버지가 강동구 재산세 랭킹 1위 였어. 금수저라 공부도 안하고 맨날 쳐놀기만 하니까 골프 가르켜서 대학교 사회체육과에 입학시켰는데 그것도 따분해 하니까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거지. 유학가서도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귀국해서 아버지 돈으로 무슨 창투사를 만들었는데 그런거 운용하다가 검찰이나 세무서에서 마음먹고 세무조사들어가면 업무상 배임횡령으로 걸리는 건 거의 국룰이라 이 넘도 그 죄목으로 들어왔어. 근데 그 창투사 자금 중에 유명연예기획사로 투자된 돈도 많아서 이 넘이 연예계에 발이 넓었어. 그래서 하루는 이넘이 바깥의 기획사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며칠 뒤에 묵직한 소포 하나가 배달됐어.
유명 걸그룹 여자애덜이 다들 우리 교육생들 이름 스케치북에다 하나씩 써서 000오빠 힘내세요! 이런 인증사진을 보내왔더라고. 손담비, 걸스데이....
그리고 그 해 우리 교육생 중의 나 포함 3명이 같은 대학 출신이었어. 한 넘은 나보다 후배고 한 넘이 나랑 동기였어. 특히 동기생 그 넘은 고향까지 나랑 같아서 교육기간 내내 그 넘이랑 붙어다녔지. 이 넘이 엄청난 거물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