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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사진 슬기로운 감빵생활(부제: 어느 장기수의 이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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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진주교도소 ⓶

 

재작년인가...슈가맨에 “씨야”가 나왔더라고. 가슴이 뭉클했지. 진주교도소에서 긴 여정을 시작하면서 마음 고생 심할 때 소내 방송에서 늘 나오던 음악이라서. 그 당시엔 미디엄템포계열의 음악이 득세할 때라 sg워너비 “timeless”, 씨야“여인의 향기”, 가비앤제이 “happiness”, 란 “어쩌다가” 등등...(TMI : 보람씨야 구독중)

 

 

징역이 “깨진다”라는 의미는....쉽게 말해서 이제 가석방은 물건너 갔다라는 뜻이야.

다른 한편으론 이제 징역 깨질까봐 꾹꾹 참으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할 말 다하면서 싸울 일 있으면 과감하게 들이받아도 된다는 의미지. 어차피 버린 몸.

그래서 나는 당분간 미출역 사동에 눌러 앉기로 했어. 어차리 작업장가서 열씨미 일해서 포인트 모아봐야 쓸 데 없을 거 같더라고. (그런데 나중에 엄청난 반전이...)

 

그냥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 심리, 철학, 역사 등등. 안믿기겠지만...내가 서울 명문대 출신이야. 학력고사 전국 상위 1.5프로에 들었었지. 그래서 교도소 안에서 뉴스보다보면 나랑 동기넘, 동기뇬들이 각 방송국 기자로 나와서 이런저런 뉴스 전하는 거 보면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 여튼...대부분의 책들이 내돈내산이지만 교도소 도서관에도 좋은 책들 많아. 나라에서 인문학은 살려야하는데 아무도 인문학 서적을 돈주고 사보는 사람은 없다보니 국무총리실 산하 복금기금위원회에서 복권 판 수익금 일부를 가지고 인문학 서적 구매해서 각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로 보내주거든. 그래서 보내주는 책 타이틀이 어마무시해. “16세기 중세 국어 연구” “니체전집” “10세기 거란족 복식연구” 등등.

 

그사이 내가 방장이 됐어. 방장이 되면 아무래도 거실내 의사결정권이 있으니 여러모로 편하긴하지. 근데 한편으론 새로온 수용자가 모나게 굴면 그거 적당히 처리하는 것도 스트레스야.

방안엔 자기 딸 상습강간해서 들어온 넘, 7살짜리 여자아이 성폭행해서 들어온 60대 노인, 살인, 방화, 폭력, 사기...버라이어티하지.

 

그런데 2005년 가을 쯤이었나, 갑자기 거실문이 벌컥 열리더니 30대 초반의 재소자가 한 명이 일말의 쭈뼛거림도 없이 도도한 자세로 휙 들어오더라고, 뒤 따라온 교도관은 “응~4조인데 잘 지내.”하고 도망치듯 사라져버리고. 4조라는건 죄명이 형법 114조, 그러니까 범죄단체조직죄로 들어온 사람을 줄여서 4조라고 부르는데 쉽게말해서 조폭이란 뜻이야. 광주 3대 패밀리 중 한 곳의 행동대장급 조직원이었는데 행동이나 말투에서 건달부심이 뿜뿜하더라고. 생긴 건 얌전하게 생겼는데 말투나 행동에서 너무 건달티가 나니까 원래 배방되었던 방에서 부담스러워서 못받겠다고 해서 우리 방으로 다시 배방된 거더라고, 교도관은 또 무슨 말 나올까봐 후다닥 도망간거고.

 

암튼 간단한 소개인사 할 때부터 가오충만,,,그 때 나는 별말 안했고 배식반장이 신입절차 진행했는데 시간이 흘러 나중에 그 친구가 말하길 “아따...나 그 때 00씨 때문에 속으로 좀 쫄았잖아. 별 말없이 책상에 책올리고 책만 보고 있는데 아..저 인간이 실세구나 바로 알았다니깐”

문제는 자리배치 였어. 사실 그 친구가 우리 방에 들어오기 보름전 쯤 여수 건달 한 명이 먼저 와 있었어. 살인으로 무기징역받고 16년 정도 살았는데 얼마전 대전교도소에서 이감을 와서 우리 방으로 배방된 거지. 근데 사실 16년 징역사는 동안 바깥의 조직은 이미 와해됐고 본인도 오랜 수감생활로 거의 민간인화되서 걍 “건달했다 치고” 라고 해야 하나.....암튼 그래도 본인이 스스로 건달이라하고 건달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하니 마침 거실에 다른 건달도 없어서 내가 건달 자리 하나 만들어 줬지. 머....자기 돈으로 방살림 보태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노블리스 오블라쥬라고 해야하나....건달은 거실의 자질구레한 일을 열외시켜주는 대신 영치금 팍팍 써야되. 일주일에 구매신청을 3번인가 하는데 그 때마다 구매한도 4만원 풀로 나가야되)

 

근데 팔팔한 광주 현역 행동대장급 조직원이 들어와버리니...건달 자리를 또 만들어 줄 수는 없고 교통정리가 좀 필요한거 같더라고. 아닌게 아니라 처음 자기 소개 끝나고서 “혹시 방에 다른 건달 있소?‘ 하고 물어보니까 그 여수 건달이 ”나 건달인디“ 이렇게 돼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같은 전라도 지역이다보니 공통으로 알고 있는 선배도 등장하고 친구도 등장하더라고. 그리고 그 여수 건달이 나이가 두 어살 많았어. 그니까 어쩔 수 없이 광주 건달이 여수 건달에게 형님하고 호칭을 하게 됐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광주 건달이 생각이 좀 복잡해지는거 같더라고, 아....내 위치에 거실 건달 자리는 차고 앉아야 하는데 비록 현역은 아닌거 같지만 한때 선배건달인 저 형님보고 자리 내놓으라고 할 순 없고...글타고 다른 방으로 또 옮길 상황도 아니고...하아...일반수랑 섞여서 자야하나...딱 그런 생각 하고 있는 거 같더라고.

 

어차피 오래 지켜봐야 분위기만 어색해질거 같아서 내가 신속하게 교통정리 했어. 그 여수 건달을 불렀지. 길게 이야기 안했어, 자리 정리 좀 합시다. 대번 알아 듣더라고. 아...사실 나도 저자리 tv 바로 앞이라서 좀 불편하더라고,,,,그리곤 그 담 날 좀 창피스러웠는지 전방신청해서 다른 방으로 스스로 옮겨갔어.

 

어쨌거나 광주 건달은 나 땜에 근심이 한 방에 날라간거지. 그 때부터 나 한테 무지 잘했어. 알고보니 예전 내 광주 여친이랑 광주시내 무등극장에서 영화 자주 봤었는데 근처 가끔 들러서 김밥먹던 그 김밥집 아들이더라고. 그런 인연으로 그 친구 나랑 만나고 한 1년 쯤 있다가 먼저 출소했는데 밖에서 거의 10년동안 내 옥바라지 했어. 이감가면 우리 엄마보다 더 빨리 소식듣고 접견와서 영치금 접견물 넣고 가고...심지어 나중에 나 경주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날 서울에서 내려와서 축하한다고 얼굴만 잠시 보고 다시 또 서울로 올라갔어.

 

그리고 그 친구는 불과 저번달에도 수원에서 같이 술마셨음. 가끔 연예인도 데리고 와서 합석시킴. 예전에 연예엔터테인먼트 기획사도 했었거든.

 

그 친구는 앞으로의 이야기에도 자주 등장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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