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부제: 어느 장기수의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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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주치료감호소
사형/무기 포함 중형이 예상되는 강력사범의 마지막 희망이 어딘지 알아? 공주치료감호소야.
법률에서 규정한 형의 감경사유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작량감경이고 하나는 법정 감경이야. 작량감경은 판사가 피고인의 반성정도나 교화가능성, 그리고 범행에 이르게된 경위에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법정 최저형보다 최고 1/2까지 깎아주는거야. 감경해줄지 안해줄지는 재판부 마음이고.
그리고 다른 하나가 법정 감경인데 이건 법에서 정한 감경사유에 해당되면 무조건 깎아줘야 하는 거지. 대표적인 법정 감경 사유가 자수, 심신미약, 심신상실이야. (참고로 자수라는건 일테면 누구 죽여놓고 경찰에 전화해서 나 누구 죽였어요...한다고 해서 자수아니야. 자수라는건 자기가 입을 안열었으면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았을 사건을 자기 스스로 실토하는 걸 말하는 거)
암튼 사정이 이러하니 중형이 예상되는 피고인은 재판부 직권이나 변호인의 요청으로 공주치료감호소에가서 1달간 정신 감정을 받게 되. 여기서 심신상실이 나오면 아예 형사처벌을 안받는거고(대신 사회보호법상 공주치료감호소에 갇혀서 정신이 돌아올때까지 기약없이 치료감호를 받아야해) 심신미약이 나오면 1/2까지 형을 감경받을 수 있다보니 감정기간동안 각종 흉악범들이 일부러 미친척 쇼를 하고 아주 난리도 아님.
구치소에 나 잡아 넣었던 형사들이 왔어. 나를 공주치료감호소까지 에스코트 할려고, 공주치료감호소는 교도소가 아니라서 교도관이 호송하는게 아니고 구속집행정지로 내보내서 경찰이 호송해. 그래서 그 형사들이랑 공주로 이동하는데 자기들도 나 보니까 좀 짠한지 담배도 주고 휴게소에 들러서 머 먹고 싶은거 없냐고 물어보고 심지어 자기 휴대전화까지 주면서 어디 전화하고 싶은 곳에 전화하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 여친에게 전화했지. 근데 왜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중에 전화받으면 “여보세요”라고 말하기 전 짧은 시간에 그 현장분위기가 전화기로 살짝 넘어오잖아. 목소리에도 그 현장분위기가 실려있고. 근데 여친의 목소리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여친이 어울리고 있는 현장분위기가 아주 경쾌하더라고, 내가 좀 더 이타적인 인간이라면 그래 너라도 행복하면 됐다 싶겠지만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도대체 사랑했던(늘 지가 그렇게 이야기했음) 남친을 감옥보낸 여자의 목소리가 왜 이리 가볍고 경쾌한 거지? 날 사랑하긴 했나...싶더라고. 더구나 내 사건의 동기 중의 하나가 그 여친을 지키기 위해서였는데. 씁쓸했지.
어쨌던 공주치료감호소에 가니까 일단 좋았던게 거기선 수갑을 풀어주더라고, 거기가면 나보다 더 큰 사건으로 실제 1심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은 애덜도 있고 하급심에서 사형구형받은 사람들도 수두룩 한데 아무도 수갑따윈 차지 않았어. 대신 조금만 말썽 피우면 바로 보호사들이 끌구가서 진정제를 주사하는데 그거 한 대 맞고 오면 애덜이 말투도 어눌해지고 아주 얌전해져.
여긴 웃기는게 화장실 샤워실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그걸 병동 스테이션 여자 간호사들이 다 보고 체크해. 하긴 머 어떤 넘들은 일부러 미친척 할려구 다 쳐벗고 간호사 앞에서 별짓거리 하는 넘들도 있으니....
그런데 그 병동에 1심에서 사형선고 받고 온 어린 넘이 하나 있었는데, 이넘이 사형선고 받은게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듯이 꼭 어디 일진고딩처럼 행동하더라고, 난 그런거 또 눈꼴 시려워서 못보는 스타일이라 바로 들이받았지. 보호사에게 끌려가서 약물주입 바로 직전까지 갔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 차근차근 설명하니까 보호사도 수긍이 가는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고. 한 달간의 검사 끝에 결과가 나왔는데 걍....머 현대인이면 누구나 가질법한 일시적 스트레스장애 정도..
한 달 뒤 다시 대구 구치소로 돌아왔고 재판은 딱히 별다른 증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다 시인한 내용이라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드디어 결심공판(검찰구형, 피고인 최후진술, 선고예정일 통지를 이때 함)이 잡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