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부제: 어느 장기수의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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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슬롯으로 통장 털리고 영혼까지 탈탈 털린 그대...더 이상 나아질 희망도 없고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는 인생 바닥에서 뒹굴거리며 도대체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지? 그런데 말이야 그 바닥 밑에 지금보다 더한 생지옥이 있다는 거 가르쳐주지. 방심하면...그저 씨발씨발 인생 좆같네만 입에 달고 상황을 개선하려는 아무런 노력이 없으면 그 바닥 밑 어두운 아가리 속으로 순식간에 쳐박히는겨. 새겨 들어.
1. 긴급체포
2003년 어느 봄날. 내 인생은 한 순간을 경계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지. 솔직히 그 날 이전과 이후의 내 삶은 완전히 달라서 스스로도 이전의 내 인생이 내가 살았던 인생이 맞나 싶을 정도니까.
<심성 약한 유저들의 건전한 정서를 해할 우려가 있어 사건의 디테일한 묘사는 생략함. 다만 당시 매스컴에서도 짧게 언급되었고 검찰의 1심, 항소심 구형이 “사형”이었음을 통해 대충 짐작하길>
사건현장을 빠져나와서 일단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어쩌면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여친에게 마지막으로 전해 줄 물건이 있어서 나는 전라도 광주로 출발했어. 그런데 옷을 갈아입다 보니까 내 휴대폰이 없더라고. 어딘가에 흘린 거 같은데 아무래도 몸싸움 중에 사건 현장에 떨어뜨린게 유력하더라고. 그렇다면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거고...
광주 충장로1가에 도착한 나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어. 여자친구는 그 거리의 수입의류 악세사리 샵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거든. 여자친구가 아직 정리할게 남았으니 자주 가는 일식점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여자친구 가게랑 4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그 일식점 창가에 자리를 잡고 유리창 너머로 이것저것 일처리를 하고 있는 여친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식당 문이 열리면서 4명의 건장한 남자가 들어왔어. 나랑 시선이 마주쳤는데 나를 향해 걸어오더라고, “000씨?”
아는 사람이라고는 여친과 여친의 주변 사람 몇몇이 전부인 타지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4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형사가 아니면 누구겠어.
나중에 알고 보니 사건직후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이 현장에 떨어진 내 휴대폰을 보고 나를 바로 용의자로 특정하고 통화내역으로 내가 여친에게 갈 거란거 까지 미리 알고 나보다 더 빨리 광주에 와 있었더라고. 심지어 여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지금 남친이 전화올테니 전화오면 태연하게 전화 받아서 일식점으로 유도하라고 시킨거지. 그래서 도주로가 차단된 실내로 내가 들어가니까 그제서야 덮친거고. 뭐,,. 사실 길거리 대로변에서 내게 접근했어도 난 도망갈 생각도 없었어. 하도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라...
그런데....나중에 생각해보니 내 여친의 목소리가 너무 태연했던게 조금은 섭섭하더라고. 머...어쩌겠어. 이해함. 빠른 손절만이 살길인 거지.
2시간을 달려서 대구 남부경찰서에 도착했어. 이미 모든 걸 포기했던 터라 초동조서 꾸밀 때 시원하게 다 진술했지. 나중에 선임된 내 변호사가 아니 왜 이런 이야기까지 해서 재판을 더 어렵게 만드냐고 툴툴거렸을 만큼 형사들이 원하면 원하는대로...더 치밀하고 계획적인 살인이었던걸로 해줬어. 연락받고 온 엄마는 거의 오열하다 실신하고...진짜 이게 현실인가 싶더군.
몇시간 정도 조사가 끝나고 유치장으로 입감했는데 벌써 뉴스에서 내 이야기 나오고 경찰서에서도 짭새들이 이런저런 이야기 하니까 이미 유치장안 사람들이 내 존재를 다 알고 있어서 유치장 근무자랑 내 영치품 목록 작성하고 있는데 다들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고. 짜증나서 머 보는데? 쏘아부치니 전부 시선회피.
유치장 근무자 바로 맞은 편 큰 방으로 입실하고나니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재판을 받고 기약없는 수감생활을 해야할까 아니면 적당한 기회봐서 스스로 마감할까...어지러운 생각중에 잠이 들었는데 열 시간은 족히 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