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부작 연재] 내가 암에 걸린 이유 (빨간 딱지와 손님, 연인, 그리고 배신) -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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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를 못본 게이(게시판 이용자)들은 여기서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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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내가 생각하는 아주 심오한 주제가 하나 있다.
"우연이란 존재할까?" "우연이 뭔데?"
근데 단순명료하다. 우연이란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아니, 그냥 모든 것이 '우연의 연속' 이라 봐야 제일 정확하다.
누군가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소세지를 찾고, 누군가는 전선을 간다 라는 군가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남이 볼땐 "왜?" 하는 것들은 다 우연이다. 결국 모두 개개인의 삶과 지금 당장 하는 행동들이 타인이 볼땐 우연의 행동이자 우연한 사건인거 아닐까 싶네.
아무튼간 난 자취방을 나서 실무면접을 보러 갔다. 당시 서울권 대학을 다녔어서 서울 한복판 카페에서 면접을 봤다.
자격증 뭐 있냐는 말에, 당시 3종투자상담사는 물론 금융투자분석사, CFA Level 2까지 취득한 사실을 ㅈㄴ 어깨 세우며 자랑했고, 그간 뭐 학업이라던지 실무 투자 경험이라던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당시 면접관은 그런 나를 보며 '정말' 그당시에는 나를 우러러보며 아 이런새기가 우리 회사에 들어와야 해 하는 눈치였다.
'그럼 아만다씨, 바로 실무 면접 보시지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진 알죠?'
사실 그때 헤드헌터는 금융회사의 리서치 파트 헤드헌터 담당자라고 했다. 리서치 파트란... 금융시장 내 산업동향을 파악하고 투자유망상품을 추출하며 거시경제의 동향을 분석하는 일종의 '금융권 대가리' 팀이라 보면 된다.
당연히 나는 내가 아는 수준에서 대답했고, 돌아오는 대답은 좀 의외였다.
'우리가 리서치를 중심으로 하지만 간혹 사모펀드 운용도 사이드로 진행을 합니다. 특히 초고액 손님들의 경우 금전순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기에.. 이런 자금을 모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이 좀 대중에게 알려지진 않았어요.'
일단 그 사람은 배운 사람이다. 말하는 투나, 지식이나, 용모나 봐도 딱 지식인이었다. 그런 사람이, 그것도 나를 채용할 사람이 이런 말을 했을때 당시 그냥 전부 믿었다.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 결과적으로 좀 불순한 이유 혹은 복잡한 이유로 현금자산이 수억 대 있는 손님들의 자금을 받고, 자금세탁 겸 사모펀드 투자용으로 그 현금을 전달하여 펀드계좌에 내가 직접 입금하는 과정이었다. 이게 현시점이라면 은행직원이 그런 초고액을 의심할만 한데, 당시 내게 은행업무를 볼 때 복장부터 차려입으라고 양복과 임시사원증 명찰까지 줬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멍청한 짓을 세 차례 했다. 1억이라는 돈.. 사실 무게로 따지면 족발 큰거 하나 정도 무게랄까? 5만원짜리 다발이라 그렇게 무겁지 않다. 1억 몇천 한번, 3억 한번, 그리고 8천가량 한 번 그렇게 사모펀드 계좌라 하는 곳에 입금을 하고
사후적으로 그 현금을 전달한 손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의미로 소정의 사례를 받음과 동시에 미션으로 제공한 총 세 손님을 마쳐 나는 장밋빛 기대만을 갖고 자취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뻔하지? 사기다. 게이들은 알지 모르겠지만.. 2010년대에 알바몬 알바천국 취업사기가 정말 기승을 부렸다. 당시는 몰랐지만 다 5-6년 지난 뒤 언론에 보도되고 그랬다. 그것도 하필... 그래 게이들은 알겠지, 보이스피싱이다. 근데 기껏 20대 초중반이었던 시기 그런걸 알텐가? 나는 학창시절 이후 공부와 연애만 해왔기에 정말 세상물정에 대핸 병신마냥 아무 것도 몰랐다. 그냥 내 잘난 맛에 살고 어깨 BBONG (이거금지어네?) 잔뜩 들어간 상태로 여의도 판타지를 그렸을 뿐이었다.
며칠 뒤 당시 서울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고, 정황을 들었다. 결과만 요약해주자면 나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이자 전달책 신분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한게 그 손님이라는 사람들, 나한테 연락 한 통도 안했다(혹시 몰라서 내가 돈 받았을 시점 내 연락처를 알려줬다). 당시 존나 절망적인 마음으로 부모님에게 어떤 말도 못하고 경찰서 출두를 했고
지방권이 고향인 나는 서울권에서 대학을 다니고 월세 자취방에 산다는 이유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충분하다며 바로 유치장에 수감시켰다. 당시 겨울이었는데, 구라안치고 자취방 전기매트랑 보일러 풀파워로 틀어놓고 금방 다녀오면 되겠지 했는데 그걸 못껐다 (나중에 사촌이 방문해서 꺼줬다).
설마설마 하는 마음에.. 진짜? 하.. 그때 기억은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경찰서 유치장은 참 좃같다. 변기 하나 달랑 방 안에 있고 세면대라곤 존나 코딱지만한거 하나 있으며 수건같은거 당연히 없다. 밥시간 되면 철창 안으로 밥 + 콩나물 + 시금치 + 이상한 국 이렇게 양은 도시락 세트로 구성된거 하나 던져주고 당연히 맛은 좃같이 없다. 들어오는 세기들은 다 꼬랑내 개쳐나는 절도범들이 절대다수고 아가리만 열면 개똥내가 진동하는 세기들이 말은 존나게 많다.
그렇게 나는 결과적으로 영문도 모른채, 청춘을 져버리고 결국 구 성동구치소로 이감을 간다. 현재 동부구치소로 바꼈는데, 나는 성동구치소에서 동부구치소로 바뀌는 순간.. 그 '이감' 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다 (이것도 존나게 특별한 경험이다. 아무리 빵잽이라도 구치소 이감은 해본적 없을걸?).
구치소 생활, 교도소 생활은 굳이 썰 풀고 싶지 않다. 짧고 굵게 요약하자면 나는 직훈(직업훈련이라고 기결수가 되면, 국가기술자격증 취득 과정을 이수하며 수감생활을 할 수 있다. 노역을 하는 것보다 이게 알차다. 다만 뭐 선별 조건이 있다. S1, S2만 신청 가능하고.. 뭐 기타 등등)을 갔고, 안에서 그냥 내 대가리로 할 수 있는거.. 요시찰들 검정고시 공부 도와주고, 구치소 안에선 외국인 죄수들도 좀 있었는데(성동엔 많았다) 걔네들 영문 반성문 대필해주고, 걔네들 필요한 법적원조 도와주며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다(안에선 교관들이 행동평가점수라고 점수를 준다). 안에서 참 좃같은 것도 많이 보고(나이 많은 노인 기결수가 젊은 요시찰거 빨아주고 면도기 하나 얻는 등), 내가 좃같은 일도 당하고(생활하는 사람들이 운동시간에 나를 뒤집어 들어올려 바닥에 찧어 약 10분간 기절했다), 좃같은 기분도 겪었다(안에서 공부하면 눈에 띄어서 존나 밉상산다 당연히 나이가 어렸으니 청소나 당번은 그냥 무한정 나고 똥간 앞에서 자는 것도 나였다).
이렇게 나는 첫 번째 인생의 고비를 겪는다. 이게 세 가지 위기 중 하나였고, 결과적으로 당시 보이스피싱 처벌이 그리 강할때가 아니었고 주범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종범처벌만을 받았기에 2년 징역형을 받았는데, 내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역대급으로 훌륭한 모범수형생활을 해서 그런지... 진짜 역대급 가석방률(50% 이상)을 받고 특사로 나오게 됬다.
근데 어쩌냐?
'빨간 딱지(사실 이런거 없다... 초본때면 나온다는거 다 구라다. 주소지가 잠깐 말소될 뿐, 범죄경력은 초본 등본에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보는게 불법이다)'가 있는데. 이제 내 인생은 무얼 좇고 무얼 향해야 하냐?
빨간 딱지가 지난 뒤 나의 인생 제 2막이 시작된다.
- 3부작은 내일 -












